과학

🚀 정부의 100조원 AI 올인: '소버린 AI'는 한국을 G3로 이끌 구원투수인가?

세상에대한궁금증 2025. 6. 26. 19:16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상 가장 야심 찬 기술 도박의 서막을 열었다. ‘인공지능(AI) G3 강국’ 도약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민간 투자 100조 원 시대’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의 심장부에는 ‘소버린 AI(Sovereign AI)’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 운명을 건 전략적 승부수다.  

소버린 AI란 한 국가가 자체 인프라, 데이터, 인력,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해 AI를 생산하고 통제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AI가 경제, 안보, 문화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특정 국가나 거대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을 피하려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즉, 디지털 시대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국가적 몸부림인 셈이다.  

 

이번 글은 이재명 정부가 설계한 소버린 AI 전략의 건축 도면을 세밀하게 해부하고, 그 설계의 중심에 선 핵심 인물의 철학을 탐구할 것이다. 나아가 이 거대한 비전이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와 그 이면에 도사린 냉혹한 현실의 장애물들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과연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는 대한민국을 새로운 번영의 시대로 이끌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수많은 내부적 모순에 발목 잡힐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인가?

소버린 AI, 기술 강국의 청사진을 해부하다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은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국가의 기술적 운명을 재편하려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요소들이 담겨 있다. 이 청사진은 크게 네 가지 핵심 기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소버린 AI의 4대 핵심 기둥

소버린 AI 전략의 성공은 네 가지 핵심 구성 요소의 유기적인 결합에 달려 있다. 이는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들이다.  

  1. 인프라 (Infrastructure): AI의 물리적 토대로,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클러스터, 그리고 그래픽 처리 장치(GPU)나 텐서 처리 장치(TPU) 같은 특수 하드웨어로 구성된다. 정부는 이를 ‘AI 고속도로’ 구축 및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했다. 이는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국가가 직접 통제하고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 데이터 (Data):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연료와 같다. 소버린 AI 전략은 외부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경 내에서 수집하고 저장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국내 데이터를 보호하며,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전제 조건이다.  
  3. 인력 (Talent): AI 혁신을 주도하는 인적 자본이다. 정부는 AI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연구원 등 숙련된 국내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구체적으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4. 비즈니스 생태계 (Business Ecosystem): 연구 기관, 스타트업, 기존 기업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국내 AI 생태계다. 정부는 이 생태계를 육성하여 아이디어와 기술이 자유롭게 흐르고 상용화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100조 원, 그 숫자에 담긴 의미

이재명 정부는 ‘민간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이 천문학적인 숫자는 단순한 예산 계획을 넘어선다. 정부는 AI 관련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고,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하며, 국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국민펀드’를 만들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100조 원이라는 숫자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회계장부상의 정확한 예산이라기보다는, 강력한 정치적·시장적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된 하정우 센터장이 “100조 원도 부족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맥락을 뒷받침한다. 첫째, 이는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쟁국들에게 한국이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알리는 선전포고다. 둘째, 국내 산업계에는 정부가 ‘올인’할 것이니 민간 자본도 과감히 투자하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셋째, 국민들에게는 쉽고 기억하기 좋은 숫자를 통해 국가적 지지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린다. 따라서 이 정책의 성패는 100조 원이라는 숫자의 달성 여부보다, 그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에 달려있다.  

 

대한민국의 'AI 팩토리'를 건설하다

소버린 AI 전략의 핵심 인프라 정책은 ‘AI 데이터센터 건설’로 요약된다. 이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주창한 ‘AI 팩토리(AI Factory)’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AI 팩토리는 데이터가 들어가서 지능(Intelligence)이 생산되어 나오는 차세대 국가 필수 인프라를 의미한다.  

 

정부는 이 AI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고성능 GPU 5만 개 이상 확보’라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GPU를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겠다는 것은 AI 개발의 가장 큰 병목 현상이 하드웨어에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AI 팩토리는 향후 대한민국 경제의 기반이 되고, 모든 산업에 혁신을 불어넣는 심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설계자의 비전: 하정우와 기술 자립의 철학

정책의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만큼이나 ‘누가, 왜’ 하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의 중심에는 ‘파격 인사’로 평가받는 하정우 초대 AI미래기획수석이 있다.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이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열쇠다.  

 

AI 수석, 하정우는 누구인가?

하정우 수석은 한국 최초의 초거대 언어 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이끈 국내 최고의 AI 현장 전문가다. 그의 임명은 정부의 AI 정책이 탁상공론을 넘어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실용적 노선으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AI 주권, 윤리, 거버넌스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핵심 철학: "소버린 AI가 없으면 기술 종속이다"

하 수석의 철학은 “글로벌 빅테크의 모델에만 의존하면 결국 기술적, 문화적 종속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AI가 단순히 기술 도구를 넘어 한 나라의 가치관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본다. 따라서 한국의 언어, 데이터, 문화,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AI를 개발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외국의 가치관에 동화되고 고유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에게 소버린 AI는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국가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철학에서 실용적 정책으로: 하정우의 3단계 전략

하 수석의 비전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 제안으로 이어진다.

  1. ‘국가대표’ 육성 전략: 정부가 GPU 1만 개를 직접 구매해, 이 중 5천 개를 공정하게 선정된 3~4개의 ‘국가대표 AI 기업’에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머지 5천 개는 대학과 스타트업에 제공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소수에 집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기업을 키우겠다는 명백한 산업 정책이다.  
  2. ‘오픈소스’ 의무화: 이렇게 지원을 받은 국가대표 기업들은 한국의 문화와 데이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고품질의 소버린 AI 모델을 개발해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다. 이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오픈소스 모델인 ‘라마(Llama)’를 가져와 한국어 서비스를 만들어도 품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수다. 한국어 데이터로 사전학습(Pre-training)된 고품질의 기반 모델이 공개되면, 수많은 스타트업과 연구소가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  
  3. ‘수출 엔진’으로의 전환: 마지막 단계는 이 오픈소스 기반 모델을 활용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등 각국의 특성에 맞는 소버린 AI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다. 이는 소버린 AI를 내수용 기술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수출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재명 정부 AI 정책의 핵심적인 내부 긴장을 발견하게 된다. 하정우 수석의 계획은 소수의 ‘챔피언’을 선발해 자원을 집중하는 전형적인 엘리트 중심의 기술 관료적 산업 정책이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모두의 AI’나 ‘전 국민 무료 한국형 챗GPT’와 같은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이 두 접근 방식 사이에는 근본적인 긴장감이 존재한다. 과연 100조 원의 투자는 하 수석의 구상대로 소수의 챔피언에게 집중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 산업을 만드는 데 사용될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 접근성과 디지털 복지라는 대중적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사회 전반에 얇게 분배될 것인가? 이 내부적 힘겨루기의 결과가 소버린 AI 전략의 최종적인 모습과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약속된 미래: G3 AI 강국인가?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소버린 AI 전략은 대한민국에 막대한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 경제, 안보, 문화 전반에 걸친 국가적 재도약의 발판이 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

경제의 재탄생과 산업 혁신

소버린 AI는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헬스케어, 물류 등 ‘10대 핵심 업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제조업 혁신을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이들 산업에 접목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창출하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가 안보의 현대화

소버린 AI는 국가 안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외부 세력의 기술적 간섭 없이 국가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고, 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국방, 의료, 금융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시스템을 우리 기술로 통제함으로써,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도 기술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소버린 AI 전략

한국의 이러한 야심은 고립된 움직임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AI 주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각국의 전략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위치와 목표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국가/지역 주요 목표 및 투자 핵심 프로젝트/모델 전략적 초점
미국 AI 리더십 유지, 국방력 강화 (펜타곤 $200M 계약 등)    OpenAI, Google 등 민간 주도 국방, 정부 행정 효율화, 기술 패권 유지   
중국 기술 자립, 사회 통제 (자국 서비스 의무화)    바이두 어니봇, 알리바바 통이치엔원    기술 자립, 내부 데이터 통제, 글로벌 영향력 확대   
유럽연합 (EU) 디지털 주권, 규제 표준화 (40억 유로 투자 등)    GAIA-X 프로젝트    데이터 주권(GDPR), 미국/중국 의존도 탈피, 윤리적 AI   
인도 경제 성장, 디지털 공공 인프라 ($12억 투자)    Bhashni (오픈소스), PARAM Siddhi-AI    경제적 독립, 공공 서비스 혁신(의료, 농업), DPI 모델   
아랍에미리트
(UAE)
경제 다각화, 석유 의존도 탈피    Falcon (오픈소스)    경제적 독립, 글로벌 AI 허브 도약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
AI G3 강국 도약 (100조 원 투자 유치)    하이퍼클로바X, KoGPT 등 민간 모델 기반    경제, 안보, 문화 전반의 기술 주권 확보   

이처럼 각국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소버린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쟁의 흐름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정책을 넘어선다. 이는 경제 침체, 지정학적 압박, 문화적 불안감이라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에 대한 통합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강력한 국가 서사(Narrative)로 기능한다. 경제 성장, 국가 안보, 문화 보존이라는 각기 다른 정책 목표를 ‘기술 주권’이라는 하나의 기치 아래 묶음으로써,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국가적 대업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즉, 기술 이니셔티브를 애국적인 국가 재건 프로젝트로 승화시키는 전략적 효과를 가진다.

 

대한민국의 기술 미래에 던진 거대한 승부수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은 전 지구적 기술 지각 변동에 대한 대담하고 시의적절한 응전이다. AI 강국의 핵심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려는 잘 설계된 비전임은 분명하다.

 

소버린 AI 이니셔티브는 이재명 정부의 명운을 가를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